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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스무살이 되는 남학생입니다. 사연은 제 고등학교 2~3학년 시절의 첫사랑에 관한 얘기입니다.

 

일단 우울증 얘기에 관해 먼저 얘기하고싶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줄곧 우울감에 빠지는 시기가 있어왔습니다. 한번 우울감에 빠지면 오랫동안 이어졌지만, 학교를 다니지 않는 방학때나 그랬어서, 그때는 방학을 혼자 보내는게 심심해서 그랬던거라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어릴때는 가정교육을 엄하게 하셔서 6시 이후로는 집에 들어와있어야하고, 학교끝나면 친구들과 그 흔한 PC방도 못가고 자랐습니다. 집에서는 휴대폰도 오래 못보게 해서, 처음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연락이 잘 안되서 금방 헤어지기도 했었죠 :) 아무튼 그때는 그래도 그게 싫지 않았던것같아요.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었습니다. 동생이 어릴적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 콩쿨준비도 했었기에 집에는 88건반 디지털피아노가 하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음악을 접했었고 동생이 학원에서 배운 교재로 혼자 피아노를 독학하고 그랬었어요.

 

그렇게 피아노를 조금씩 익히다보니 사람이 욕심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유튜브에서 플라워 댄스 연주영상을 보고 그 노래에만 빠져서 죽어라 연습했었어요. 결국 그 곡을 혼자 완성해냈을때 그 뿌듯함은 아직도 기억속 생생합니다. 물론 교재도 열심히 보고 쳐서 2년동안 체르니 30까지 익혔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음악이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기까지 부모님이 하란대로 공부만 하며 살아왔고, 제 성격 또한 의견을 막 내세우는 편이 아니라 고분고분해서, 제가 뭘 좋아하고 그런 것들을 몰랐었어요. 친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구요. 그런데 피아노를 치는게 너무 재밌었습니다. 음악선생님같은게 되어보고 싶었어요. 부모님께 음악을 시켜달라고 고입전에 말씀드렸지만 크게 싸우고 거절당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부모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혼자 피아노를 치다보니 손모양도 이쁘지않고, 왼손 소리조절도 잘 안되고. 저도 잘 알고 있었어요. 어떻게든 입시곡만 열심히 배워서 진학하고 싶을 뿐이였습니다. 저도 좀 더 현실적인 플랜을 세우기로 하고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이후로 저는 제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시기를 고등학교에서 보내게 됩니다. 아직 스무살인데 힘든일이 한참 남았다 싶을 수도 있겠으시겠지만, 자살기도를 할정도로 힘들었다고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나름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교대 진학이였는데요, 교대는 과를 선택해서 가는게 아니라 입시가 된 뒤에 과를 정한다고 하더라구요. 악기를 다루지 못해도 음악교육과에 지원을 할 수가 있고, 그 때 4년간 악기를 익혀 졸업연주회만 마치면 된다고 하던데요. 그게 제 첫번째 꿈이였습니다. 중학교를 다닐 때에도 전교 3등으로 졸업을 했었고 (작은 학교라 전교생이 75명뿐이였지만요) 공부에는 자신이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나름 지역에서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됩니다. 전주지역에서 대학교 잘보내기로 소문난 곳이였구요. 이왕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거 정말 공부 열심히 했습니다. 아마 대학교를 가도 그렇게 공부는 다시 못할 것 같아요. 등에 메는 가방이 책으로 꽉차서 신발가방에 책을 넣어서 앞에 들고 다니고, 상위권 반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공부했고, 심야반에 들어가서 (자랑좀 하자면 성적순이였습니다) 11시 30분까지 공부하고 집에 오기를 매일같이 반복했습니다. 집에서도 거르지 않고 새벽까지 공부를 더 했었구요.

 

다만 어릴때부터 체력이 안좋아서 몸이 안좋았습니다. 이석증을 중학교때부터 앓았는데요, 그때문에 야자도 많이 빼먹고 그랬습니다. 학원때문에 빠지는 날도 있었구요. 여담이지만 야자를 많이 빠진다고 심야반에서 내쫓겼습니다. 저한테 담당 선생님이 내쫓으면서 하시는 말씀이 야자빠지고 PC방을 가냐고 묻더군요. 고1들어서 PC방 근처를 가본적이 없는데 기가 차더군요. 그때 참 사람들이 남에게 관심이 없구나 느꼈습니다. 실내화가방 들고다니면서 공부하던 제 모습이 초라해지더라구요. 암튼 그때를 계기로 야자를 관두고 집에서 공부를 시작합니다.

 

성적은 점점 좋아졌어요. 입학때 전교생 350명중에 99등을 했고, 1학년 마무리를 71등으로 지었습니다. 3등급대에 위치한 성적이였고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아직 부족했습니다. 교대를 들어가려면 못해도 정수자리가 2등급은 되어야지 했으니까요. 그래도 더 공부했습니다. 코피 쏟아가면서, 졸리면 허벅지를 피멍이 들도록 꼬집아 깨우면서. 하루에 4시간을 자면서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겨울방학을 공부만 하며 보내고 2학년 처음 본 시험에서 44등을 맞았습니다. 30등을 끌어올린 성적이니 기뻐해야 맞겠지요. 아니요. 정말 큰 좌절이였습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더 공부했습니다. 더 이상 잠을 자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겠다 느낄정도로요. 그런데도 제 등급은 여전히 3등급대였습니다. 교대를 갈 수 없었어요.

 

공부를 덜 열심히 할때나, 죽어라 할때나 3등급이라는 이 꼬리표가 싫었습니다. 더 공부를 해볼래도 제 위로 어떤 친구들이 있는지 보였으니까요. 그 친구들은 노력 이외에도 재능이라는게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꿈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정말 싫어지더라구요. 1학년때 쉬는시간, 점심시간에 자느라 친구 한명을 사귀지를 못했었구요. 점심시간에 밥먹을 친구가 없어 잠이나 자면서, 정말 학교생활이 끔찍했습니다. 그래도 꿈을 위해 공부했는데 그걸 이루지 못했고, 왜 고등학교 들어오기 전에 피아노를 진지하게 배워보고 싶다 강하게 의견내지 못한 제가 미웠고요. 그렇게 고분고분한 제 성격이 싫어졌고, 평생을 남들 의견대로만 살아왔기에 꿈을 잃어버린 지금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이러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찾아왔고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때가 2학년 6월쯤이였던것 같습니다. 난생 해본적이 없는 담배를 배웠고, 중학교 친구들과 만나 술마시러 돌아다니고 엄청 방황했습니다. 그때 진지하게 입시를 해 볼 생각으로 피아노 학원을 수행평가 핑계로 다녔습니다. 그때 만나서는 안됬을 첫사랑을 만납니다.

 

동네 피아노 학원을 알아보면서 괜찮은 곳이 있었습니다. 원장 선생님께서 친절하시고 가르쳐주시겠다 하는 마인드가 너무 좋았습니다. 첫날 피아노를 치러 갔을때 그분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이기에 다 큰 학생인 저는 좀 특이했어요. 보통 선생님들이 아무나 돌아가면서 레슨을 해주시기 마련인데, 원장선생님이 직접 레슨해주실 모양이더라구요. 원장쌤이 들어왔을때 피아노를 못쳤습니다. 아예 손도 못가져다 댔어요. 처음으로 타인 앞에서 피아노를 손댔고, 수전증은 그날따라 왜이렇게 심해지는지. 좀 더 연습한다는 핑계로 원장쌤을 내보냈어요.

 

그러고 한 20분쯤 피아노를 치고 있었을때, 젊은 선생님 한분이 들어오시더라구요. 아직도 선생님 나이는 모릅니다. 이름하고 생일만 알고 있어요. 대학교 졸업한지 얼마 안되신것같아서 어렴풋이 25살정도로 감잡고 있습니다. 어쨌든 원장 선생님처럼 내보내고 싶었지만 어찌어찌 강제로 피아노를 치게 됩니다. 그게 계기였는지 피아노 학원을 관둘때까지 그 선생님께만 레슨을 받았습니다.

 

원래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렇겠죠. 처음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습니다. 그냥 레슨해주시는 선생님 정도였는데요. 밀폐된 공간에서 레슨하다보니 이얘기 저얘기 나누게 되더라구요. 그게 시작이였던 것 같아요. 제 성격이 차분하고 시끄러운 것을 안좋아 하는데, 또래 여자들에게서 느끼지 못한 아우라라고나 할까요. 대화를 하는데 한마디 한마디에서 말한마디에 생각의 깊이가 느껴지고, 그게 교양있어보이고 단아해보였습니다.

 

중학교 친구들은 술마시러나 만나지 만남이 잦지 않았고, 부모님께 하는 대화에도 숨기는 것들이 있으니 주변에 대화상대가 없었습니다. 매일 매일 피아노 학원가는게 재밌었습니다. 피아노 치는 재미가 아니라 얘기하는 재미였어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빠지는 시간에 가니까 선생님도 시간이 많으셨고, 제 연습실에 들어와서 20분이고 30분이고 레슨은 미뤄두고 많은 얘기들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였습니다. 정말 힘들었던 시기에, 하필 제 인생에서 대화가 가장 잘되는 사람을 만나버린 것입니다. 정말 이상형 그 자체였어요. 항상 커피를 좋아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너무 힘들었기에 대화가 되는 그 선생님에게 자꾸 마음을 기대게 되었고, 나중에 깨달았을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어요.

 

너는 학생이고 나는 선생이야, 이걸 떠나서 5년 사귄 남자친구도 계셨습니다. 첫사랑을 짝사랑으로 했네요 생각해보니. 혼자 사랑하고 혼자 떼려니 정말 아팠습니다. 또 제가 싫었습니다. 주변에 제 속마음을 털어 놓을곳이 없어서 싫었고, 또 그래서 좋아해서는 안될 사람을 좋아하고 있는 제가 싫었어요. 그래도 또 레슨시간이 즐거웠구요.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수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데 남을 사랑하는 법을 알리가 있나요. 그런 것들이 저에게서 드러났나봅니다. 원장선생님도 저보고 우울해보인다 하셨습니다. 우울한 기류가 있잖아요, 그게 남에게도 보이는 모양이예요. 저는 더 얘기를 나누고 싶고, 더 얼굴을 마주하고 싶은데 그런 시간들이 점점 20분 10분으로 줄어들고, 나중에는 이틀에 한번, 삼일에 한번으로 줄어듭니다. (좀 얘기가 추상적이죠. 대충 이해하셔도 됩니다.)

 

그게 저를 더 괴롭게 했습니다. 불안감과 혼란에서 나오는 그런 불편한 기류들이 사람과 대화하는 관계마저 부순것이, 또 거기에서 더해지는 저의 초조함과 괴로움이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이요.

 

그때부터 더 방황했습니다. 피아노 연습실에만 들어와도 호흡곤란이 올정도로 공황을 겪었기 때문에 피아노도 때려 치웠구요. (지금까지도 피아노를 손대지 않습니다) 심장이 병이 걸린 것처럼 뛰어서 청심환을 매일매일 먹고, 이게 정신병이지 싶더군요.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 힘들정도로 심장이 뜁니다. 어쩌다 자해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팔에 칼로 수십줄의 자국을 내기도 했습니다. (TMI일수 있지만 손목이 아니라 팔을 그은 이유는, 자살을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약같은 다른 방법들로 죽고싶었어요. 누가 제 팔을 보고서 행여 절 구원해줄 사람이 나타날까 싶어, 남이 보기 쉽지는 않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볼 수 있도록 그었습니다. 우울증 환자들이라고 해서 칼로 손목긋는거 정말 어렵습니다. 만취해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나 조금 쉬워지는 일이지, 맨정신에는 정말 힘듭니다.)

 

그렇게 6월에 피아노를 다니기 시작해서 다음해 1월까지 약 반년. 그렇게 반년동안 짝사랑, 첫사랑을 했습니다. 선생님 얘기를 안하고 제얘기만 했네요. 교생실습도 하신 것 보니 교직이수를 하셨거나 음교과를 나오신것 같습니다. 적성에 안맞아서 관두셨다고 얘기하셨어요. 대학원 준비하신다길래 무슨일을 할까 궁금했었는데, 자기는 원래 확실히 정해지지 않으면 말해주지 않는다 하시더군요. 제가 피아노를 관두는 시기에 선생님도 같이 관두시며 서울로 올라가셨는데요, 아마 음악심리치료과 가신 것으로 압니다. 제 심리는 모르시는분이 진로를 그렇게 정하셨네요.

 

생각해보면 얼핏 말해준적도 있습니다 제게. 피아노하시는분이 저를 치료해주신다길래 무슨소린가 했더니, 그런 분야도 있었네요.

 

수능 끝나면 연락해서 피아노 개인레슨받기로 했었는데요. 차마 연락을 못합니다. 끝맺음을 그렇게 안좋게 했으니요. 상대방 입장은 저야 모르지만, 저에게서는 최악의 끝맺음이였습니다. 제가 눈치가 안좋은편은 아니니까, 아마 똑같이 생각하고 계실겁니다.

 

새삼 느낍니다. 사람 관계는 정말 하기 나름이구나. 혼자 초조해하고 아파하는 과정들이 결국 자신도, 관계도 해치게 되는걸 느꼈어요. 내가 그 선생님을 사랑하지만 않았더라면, 좋은 제자사이로 이번에 연락을 했지 않을까요. 한편으로는 지나온 것들이 미련이 남기도, 또 한편으로는 후련하기도 합니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꽃이 피어도 그 빛이 열흘을 못간다고 하는데요, 보통 부귀영화나 권력이 오래가지 못함에 빗대어 쓰는 말이지만 정말 와닿는 말입니다. 제 인생에서 순수하게 행복했었던 6개월이고, 그와 동시에 정말 아팠습니다. 그 짧은 시간이 저에게 화무십일홍입니다.

 

제 사연은 여기까지예요!! 노래가 될지 모르겠네요. 노래 제목은 화무십일홍입니다.

 

불꽃심장님 노래중에 정말 좋아하는 곡들이 많아요. 기억, 별의눈물, 연분홍, DC.... 4집앨범을 제일 좋아하구요. 제가 좋아하는 불꽃심장님 노래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도입부는 여리고 잔잔하고 애잔한 멜로디로 진행되다가, 후렴구에 반주가 강해지면서 터뜨려주는 느낌의 곡들이요. 한편의 시나 소설처럼 음악에 확실한 기승전결이 있는게 너무 좋았고, 제 사연과도 비슷하지 않나 생각해요. 잔잔하게 시작해서 강하게 터뜨렸다가 점점 사그라드는 그런 느낌들이요..

 

영상소개에 생각나는 멜로디라도 보내주시면 좋다하셨는데, 그런게 없어서 아쉽네요. 훌륭한 작곡가님께 곡만들어달라며 드릴것이 난잡한 사연밖에 없어서 죄송합니다..

 

혹시 곡을 완성하시거든, 그 곡으로 다시 피아노를 치고 싶습니다. 원래 있던 디지털피아노는 오래되서 소리도 잘 안나오는데요, 이사가면서 업라이트 피아노를 하나 새로 살까 생각중입니다. 한동안 쳐다도 안본 피아노였는데, 제일 좋아하던거라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취미생활로라도 피아노를 계속 치려합니다. 제 사연으로 탄생한 곡으로 피아노를 다시 치면 정말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작곡하시게 되면 악보좀 메일주소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악보 많이샀는데 이건 서비스로..!)

 

shshs0328@naver.com

 

정말 존경하고 팬입니다. 이런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하고, 사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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